퇴근을 하고 나서도, 우리는 종종 ‘나’를 설명하게 된다.
어디서 일하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대화의 대부분은 결국 일로 이어진다.
그럴 때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일을 빼고 나면, 나는 무엇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일은 나를 완성시키는가: 자아실현과 탈노동 사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하는 글이다. 이 기사는 일을 통해 자아를 완성할 수 있다는 오래된 믿음과, 그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최근의 흐름을 함께 짚는다. 중요한 것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 역시 일을 통해 나를 설명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청년들이 왜 이런 고민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 기사가 더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최근 조용한 퇴사’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주어진 일만 수행하고 그 이상의 헌신은 거부하는 태도다. 어떤 사람들은 업무의 비중을 줄이고, 어떤 사람들은 아예 일을 내려놓기도 한다. 이 글은 이러한 선택을 단순한 회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일을 통해 안정과 성취를 모두 확보하기 어려워진 현실 속에서 나타난 변화로 읽어낸다.
인상적인 부분은, 일을 덜어낸 자리에서 다른 것들이 또렷해진다는 점이다. 관계, 취미, 그리고 미뤄두었던 생각들. 기사에서도 일을 내려놓은 이후 오히려 자신을 더 분명하게 이해하게 되었다는 사례가 언급된다. 이는 ‘일이 곧 나’라는 공식이 더 이상 절대적인 기준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일이 완전히 의미를 잃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일은 성취감과 자존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방식이다. 결국 문제는 일이 아니라, 그것을 삶 속에서 어떻게 위치시키고 있는가에 가깝다.
이 기사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아실현과 탈노동을 단순히 대립시키지 않고, 각자의 삶의 방식으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누구에게는 일이 중심이 될 수 있고, 누구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차이를 인정하는 태도는 지금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이어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일을 계속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일을 통해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에 가깝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일을 삶의 전부로 두는 방식도, 완전히 밀어내는 방식도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고 본다.
일은 여전히 생계를 유지하고 사회와 연결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그것만으로 자신을 설명하려 할 때 쉽게 소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을 완전히 배제할 경우에도 현실적인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의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선택의 극단이 아니라, 기준의 문제에 가깝다. 자신의 삶 속에서 일이 차지하는 위치를 스스로 정하고, 그 기준에 맞게 균형을 조정해 나가는 태도다.
일만으로 자신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그리고 동시에 일이 완전히 무의미해지지 않는 거리.
지금의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그 균형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힘이다.
김세희 편집국 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