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7일
기획 후보자별 이슈 분석: 한덕수

[대선기획 칼럼] 후보자별 이슈 분석: 한덕수

국난 속 정치 쇼인가, 해법인가: 한덕수 출마의 정치적 민낯

본 칼럼은 5월 14일 작성되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6월 3일 ‘장미 대선’을 앞둔 지금,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은 정치 지형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 후보는 출마 선언과 함께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르는 개헌, 다른 대선 후보들을 내각 총리로 임명하는 거국 통합 내각 구성을 약속하며, 국민의힘 최종 경선 후보와의 조속한 단일화 협상도 제안했다.

정과 협치를 내세운 그의 비전은 출마 시기와 방식부터 모순을 드러냈다. 경선을 거쳐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된 김문수 후보와 달리, 경선 참여 없이 곧장 단일화를 추진하는 방식은 ‘새치기 단일화’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김 후보와 치열하게 경쟁한 한동훈, 안철수, 홍준표 전 후보들 모두 강력한 지지층과 실력을 겸비한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무소속이 아닌 국민의힘 경선을 택하며, 과반 지지율을 확보한 이재명 후보에 맞서 보수 진영의 결집을 도모했다.

한 후보는 그 선택을 따르지 않았다. 이는 경선에 참여한 다른 후보들에 대한 무시이자, 경선을 통과한 김문수 후보에 대한 모욕에 가깝다. 탈락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당내 일부 친윤 지도부가 한덕수 후보를 위한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지지층이 겹치는 김문수 후보를 전략적으로 밀어줬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당 지도부가 기습적으로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를 소집하며 자신을 흔들고 있다며 반발했다. 그는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지도부가 주도하는 단일화 논의를 전면 거부하고, 단일화 협상은 오직 한덕수와 자신, 두 사람만 참여할 것임을 천명했다.

한 후보의 등장 배경 또한 대중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는 윤석열 정부 시절 요직을 맡았던 인물로, 현재 당의 주요 인사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정권이 막을 내린 상황에서, 그의 대선 출마는 과거 권력의 연장을 꿈꾸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그의 핵심 공약인 거국 통합 내각 구상은, 만약 제대로 실행된다면 정치적 교착 상태에 빠진 대한민국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내각을 이끌 인물이 윤 정부의 핵심 인사였던 한덕수라면, 진보 진영이 이에 동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의 통합 내각은 결국 친윤 세력과 김문수 후보를 일부 포용한 ‘윤석열 정부 시즌2’에 그칠 것이다.

또 다른 핵심 공약인 대선과 총선 동시 실시를 위한 개헌도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 국회는 협치가 사실상 실종된 상태다. 여당의 법안은 거대 야당에 의해 번번이 무산되고, 야당의 법안은 대통령의 거부권에 가로막힌다. 거부권과 탄핵이 일상이 된 정국에서, 한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국회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개헌 추진은 정치적 공방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특히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여당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장악할 수 있는 개헌에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민의힘 당원들은 경선을 통해 김 후보를 최종 대선 후보로 선택함으로써,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냈다. 최악의 사태는 피한 것이다. 그러나 경선을 무시하고 단일화를 시도한 당내 일각의 행태는 절차와 상식이 실종된 극우 정당’으로 비춰지게 했으며, 윤석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태 정치세력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다시 대선 경쟁에 참여한 김 후보는 달라야 한다. 진정한 보수의 가치인 절차와 원칙, 국민에 대한 책임감을 새겨야만 한다. 사적인 이익에 따른 이합집산과 꼼수에 국민들은 지쳐가고 있다. 당명 그대로 국민의 힘을 늘 경계하며 상식과 공정이라는 헌정 질서의 기둥을 다시 세우는 데서 보수의 미래는 시작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쇼가 아닌 해법이며, 정치공학이 아닌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