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트토이 시장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가운데 팝마트(Pop Mart)의 대표 캐릭터 라부부(Labubu)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2019년 처음 시장에 등장한 라부부는 일반적인 장난감이 아닌 신세대 소비 트렌드와 예술, 엔터테인먼트, 투자 심리가 결합된 21세기형 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심지어 전통적인 캐릭터산업 강자인 일본의 산리오(Hello Kitty)나 미국의 마텔(Barbie)을 합친 것보다 단일 캐릭터가 그 이상의 시장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은 그 배경과 메커니즘, 그리고 향후 파급력을 조명할 필요성을 일깨운다.
라부부는 무엇인가
라부부는 홍콩 디자이너 카싱 룽(Kasing Lung)이 창작한 ‘더 몬스터스(The Monsters)’ 시리즈의 대표 캐릭터다. 카싱은 북유럽 신화 속 요정에서 영감을 받아 라부부를 디자인했다. 복슬복슬한 털, 커다란 토끼 귀, 과장된 눈망울과 9개의 뾰족한 이빨 등은 순진무구함과 장난기, 그리고 신화적 괴이함을 동시에 품고 있다. 라부부는 2019년 팝마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상품화되었으며, 블라인드 박스라는 판매 방식과 더불어 매 시즌 한정판 및 시크릿 에디션을 내놓아 희소성을 극대화했다. 라부부 인형은 ‘수집’ 그 자체가 놀이이자 자기표현으로 인식되는 새로운 문화 코드를 생성했다.
열풍의 기폭제: 셀럽, 소셜미디어, 그리고 ‘블라인드 박스’
라부부 신드롬의 확산에는 글로벌 셀럽들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2023년 10월, 블랙핑크 리사가 SNS에 라부부 키링 사진을 올리면서 전 세계가 주목도가 폭발적으로 커졌다. 곧이어 리한나, 데이비드 베컴 등 팝 스타와 스포츠 스타, 인플루언서들이 라부부를 소지하거나 선물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장난감이 아닌 ‘명품 액세서리’로의 위상을 얻었다. 실제로 2024년 구글 트렌드에서 라부부는 한 때, 헬로키티보다 검색량이 많았고 시크릿 에디션은 고가 경매에서 수천만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팝마트의 ‘블라인드 박스’전략은 심리적 기대감과 불확실성에 기반해 소비를 유도했다. 소비자는 박스를 열기 전 어떤 모델이 나올지 모른다는 점에 매혹된다. 시카고대학교 연구 결과로 설명되는 ‘불확실한 동기화 효과’는 확정적 보상보다 불확실한 보상이 인간의 도전과 기대를 더 자극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라부부의 랜덤 박스와 시크릿 에디션은 바로 이 원리를 활용한다. 한 번만 더 뽑으면 희귀 아이템을 얻을 것 같다는 심리와 미완성을 집요하게 기억하게 하는 효과가 반복 구입을 낳는 것이다. 즉, 이는 소비가 곧 오락이 되고 놀이가 소비로 확장되는 대표적 사례이다.
희소성과 욕망, 소유의 경제
라부부 현상은 캐릭터의 귀여움이나 유명인의 영향력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이 현상은 희소성과 감정적 교감이 결합된 현대적 소비 트렌드로 분석된다. 한정판 소장, 점점 커지는 리셀(Resale)시장, 라이프스타일 전시(나만의 라부부 꾸미기) 등은 팬덤의 자기 정체성과 소비 욕구, 그리고 경제적 이익 추구가 얽힌 복합적 체계를 이룬다. 경매장에서 수억 원에 낙찰된 초창기 라부부, 세트 완성의 달성욕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라부부 리셀가는 2024년 상반기 시크릿 에디션의 경우 한화 약 87만원을 기록했고, 세트(6개)도 약 45만원 이상에 거래됐다. 다만 공급 확대와 온라인 예약제 도입 이후 버블이 빠지며 가격은 정가로 안정화됐다. 그럼에도 라부부에 대한 소유와 수집의 열망, 강한 브랜드의 상징성은 여전히 지속 중이다.
캐릭터 IP, 라부부 콘텐츠 산업의 미래
라부부 열풍은 인기 캐릭터의 탄생에서 멈추지 않고, 동시대 청년 및 MZ세대의 심리적 요구와 문화 취향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최근 경기 침체와 미래 불확실성 속에서 젊은 소비자들은 ‘작고 확실한 행복’을 추구한다. 블라인드 박스의 기대감, 한정판의 희소성, 소셜 인증 욕구, 셀럽의 선망 효과가 이런 정서와 맞닿아 있다. 재미와 설렘, 나를 위한 작은 사치, 적당한 투자와 즐거움이 융합된 탓에 라부부는 소비재를 넘어 개인의 경험 가치와 정체성을 대표하는 ‘플레이어블 자산(Playable Asset)’이 되었다.
팝마트는 라부부의 성공을 바탕으로 사업 외연을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 급속히 확장 중이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설립해 ‘라부부와 친구들’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디즈니식 캐릭터 프랜차이즈를 목표로 한다. 즉, 글로벌 미디어 기업으로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으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팝마트의 현재 시가총액은 58조원에 달해, 캐릭터 IP 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열풍에는 그림자도 따른다. 공급 확대에 따른 리셀가 급락, 불투명한 미래 가치, 가품 유통과 투기적 소비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 특히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는 블라인드 박스의 아동 및 청소년 소비중독 부작용을 비판하는 등 규제 필요성을 제기한 상태다. 실제로 차이나스키니의 마크 태너 등 일부 전문가들은 라부부가 단기적 유행에 그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한다. 빠른 성장만큼이나 지속 가능성, 사회적 책임 문제도 앞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 기사 작성 및 수정: 조현채
- 자료 조사: 정여진, 한지은
기사 참고출처: 유튜브 채널 <아이템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