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30일
보도자료사회동덕여대 사건으로 본 미디어의 젠더 갈등 재생산

동덕여대 사건으로 본 미디어의 젠더 갈등 재생산

학교 갈등에서 젠더 갈등으로, 그리고 전쟁으로 이어지다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는 본래 ‘학교와 학생 간 갈등’에서 출발했다. 일부 총학생회의 집회 과정에서 교정에 락카칠을 하는 등 과격한 행동이 나타나면서 사회적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비판이 시위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던 다수 학생들에게까지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언론과 대중은 사건을 단순히 ‘총학생회의 과격 시위’로만 소비한 것이 아니라, 동덕여대 학생 전체를 조롱과 혐오의 대상으로 일반화했다. 그 결과, 아무런 관계가 없이 일상 생활을 하고 있던 동덕여대 학생들에게도 피해가 갔으며, 본래 ‘여대의 의미와 가치’라는 근본적 쟁점은 흐려지고 ‘젠더 전쟁’으로 변질되었다.

언론은 시위의 맥락보다는 충돌 장면과 과격한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며 ‘폭력 시위’라는 프레임을 강조했다. 또한, 갈등의 중심에 페미니스트 동아리가 있다고 보도하면서 자극적인 이슈를 만들었다. 결국 사건의 본질은 희미해지고 ‘남성과 여성의 대립’이 언론의 헤드라인과 유튜브 썸네일을 장식했다. 사건의 근본적 쟁점인 ‘여대의 의미와 가치’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대신 ‘여대생=페미니스트’라는 낙인과 여대 무용론이 부각된 것이다.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남녀공학 전환 반대 집회를 이어가던 중, 주말 사이 남성 시민단체가 동덕여대 앞에서 ‘페미니즘 규탄’ 시위를 개최하면서 학내 갈등은 학교 밖 ‘젠더 갈등’으로 번져갔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증폭 장치는 디지털 플랫폼이었다. 유튜브와 SNS는 동덕여대 시위를 ‘조롱 콘텐츠’로 소비했다. 38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는 AI로 가상의 여대생 얼굴을 합성해 폭행당하는 영상을 제작·유포했는데, 이는 단순한 풍자가 아니라 혐오를 콘텐츠화한 대표적 사례였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녀”, “동현이” 같은 조롱성 표현이 퍼지며 시위 참여 학생들뿐 아니라 학교 전체가 집단적 조롱과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갈등을 생산하는 미디어의 구조적 특성

이러한 현상은 미디어의 구조적 속성과도 연결된다. 젠더 뉴스와 콘텐츠는 높은 조회수와 댓글 반응을 보장하는 ‘행동유동성(affordance)’으로 기능한다. 젠더 이슈가 등장하면 언론은 갈등을 양극화하고, 플랫폼은 이를 노출하면서 참여와 소비를 유도한다. 문제는 이 과정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혐오와 갈등을 경제적 자원으로 전환한다는 점이다. 38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가 AI 합성을 이용해 여대생을 폭행당하는 장면을 희화화한 사례는 젠더 혐오와 갈등이 콘텐츠이자 수익원이 되는 ‘독성적 생태계’를 보여준다.

학문적으로도 미디어의 양극화는 ‘적대적 미디어 지각(Hostile Media Perception, HMP)’으로 설명된다. 동일한 기사라도 독자들은 자신의 입장과 다르게 보이면 불공정하다고 인식하며, 이로 인해 집단 간 적대감이 강화된다. 젠더 이슈처럼 이미 양극화된 사안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더욱 두드러지며, 실제로 동덕여대 보도는 학생들의 학내 문제를 ‘남성과 여성의 전면전’으로 재구성했다. 그 결과, 본질적 논의보다는 ‘누가 더 혐오받아야 하는가’라는 대립만 남게 되었다.

책임 있는 저널리즘과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

이 사태는 언론의 갈등 프레이밍과 소셜미디어의 젠더 갈등 확산으로 사회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쳤다. 시위 이후 일부 기업에서는 여대 출신 지원자를 채용하는 데 꺼려한다는 증언이 등장했으며, 이는 미디어가 만들어낸 낙인이 실제 경제·사회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성소수자 혐오 집단이 시위에 개입하거나, 남성 단체가 무단으로 교내에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학내 갈등은 곧바로 사회적 젠더 전쟁으로 비화했다. 이는 미디어가 갈등을 증폭시키는 과정에서 ‘실제적 위협’까지 생산해내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동덕여대 사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젠더 갈등의 민낯을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언론과 디지털 플랫폼의 책임을 되묻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젠더 문제는 구조적 차별과 제도적 불평등에서 비롯되지만, 미디어가 이를 단순한 대립 구도로 소비한다면 갈등만 재생산될 것이다. 언론은 갈등을 다룰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갈등을 ‘팔아’ 소비하는 보도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분석하는 보도는 전혀 다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극적 제목과 클릭 수 경쟁이 아니라, 젠더 문제의 구조적 원인을 드러내고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는 책임 있는 저널리즘이다. 나아가 정부와 교육기관, 시민사회가 함께 젠더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 사회의 젠더 논의는 앞으로도 혐오와 분열 속에 갇히게 될 것이다.

  • 기사 작성 : 한지은
  • 데이터 조사 : 한지은, 조현채, 정여진
  • 팩트체커 : 한지은, 조현채, 정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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