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30일
문화문화일반“대사가 시(詩)였다”… 임상춘 작가의 《폭싹 속았수다》가 남긴 깊은 울림

“대사가 시(詩)였다”… 임상춘 작가의 《폭싹 속았수다》가 남긴 깊은 울림

제주 해녀의 삶을 담아낸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지난 3월 7일 방영 이후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시청자들은 극 중 인물들의 대사를 두고 대사가 시 같다는 감탄을 쏟아내며, 드라마의 언어적 힘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유튜브 주요 장면 클립 속 댓글은 수만 건의 공감을 기록했으며, 국내외 영화 평점 사이트 역시 시적 울림에 방점을 찍는다. 평론가들은 제주 방언과 시적 표현이 어우러져 드라마가 단순 영상물에 그치지 않고 문학적 체험으로 다가왔다고 평가했다.

가장 대표적인 반응은 극 중 대사 “아빠의 겨울에 나는 녹음이 되었다. 그들의 푸름을 다 먹고 내가 나무가 되었다”였다. 해당 영상 클립에는 “작가 필력이 대박”이라는 댓글이 달리며 1만 2천 개가 넘는 ‘좋아요’를 기록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그들의 푸름을 다 먹고 내가 나무가 되었다. 문학작품이네 그냥”이라고 남겨 5,200여 명의 공감을 받았다. 일상 속 표현조차 뒤집어내는 대사들도 화제를 모았다. “빠꾸라는 말이 아이러니하게도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 될 줄이야… 진짜 발상의 전환이다. 작가의 필력에 한번 감탄하고 배우들의 연기에 두 번 감탄하는 인생 최고의 드라마입니다”라는 반응은 1,700여 명의 공감을 받았다. 또 다른 댓글은 “저런 보험 같은 말들이 살아가는데 얼마나 힘이 되는지. 수 틀려도 절대 빠꾸 안 하고 나아가게 함”이라며, 1만 명 이상의 시청자가 ‘좋아요’를 눌렀다. 해외 평가 또한 호평 일색이다. IMDB 평점은 9.1점에 달했다. 해외 영화 리뷰 사이트 가제틀리의 칼렙 앤더슨은 “섬세한 스토리텔링이 주는 따뜻함”이라며 극찬을 남겼다.

“어떻게 요런 게 나한테 걸려”…가슴을 후벼판 대사

1화에서 배우 엄혜란이 연기한 장면은 반향을 불러왔다. “어떻게 요런 게 나한테 걸려.. 진짜 이 대사가 얼마나 제 가슴을 후벼팠던지.. 작가가 참 잔인허요”라는 댓글은 5,500여 개의 공감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1화에 진심 명대사들 많았음… 작가가 쓴 한 줄 한 줄이 레알 대충 쓴 게 하나도 없움…… 그리고 그걸 너무나도 100000% 전달해주신 염혜란 배우님이 너무 멋지심…..”(2,800 공감), “임상춘 작가의 글은 진짜 가슴을 후벼팜 직장인이었다가 갑자기 작가가 되었다는데 천재 아닌가”(528 공감)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특히 가족을 향한 절절한 대사는 부모와 자녀 세대를 동시에 울렸다. 한 시청자는 “부모는 못해준 것만 사무치고 자식은 서운한 것만 사무친다는 대사, 아이 낳고 키워보니 너무 절절하게 와닿아서 내 부모에게 고맙고 애틋하고 자식에겐 부족한 거 없는지 돌아보게 되는 가슴 후벼파는 대사였다”라고 남겼고, 또 다른 시청자는 “배우 문소리의 연기는 1화부터 울었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어. 전체 공개되면 대본집도 꼭 내면 좋겠다. 모두 대사가 시 같다”(831 공감)라고 적었다.

왓챠피디아, “삶의 본질을 은유하는 언어”

왓챠피디아 사용자들의 리뷰 역시 비슷한 결을 보인다. 한 사용자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깊은 울림으로 가슴에 남는다. 단순한 대사가 아니라, 마치 시처럼 삶의 본질을 은유하는 말들, 그 안에 우리가 겪는 아픔과 희망, 상실과 치유, 그리고 인간으로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렇게 우리가 놓치고 있던 삶의 방향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또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준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평가는 “‘난 엄마처럼은 안 살아’라는 말이 엄마의 희망이자 슬픔일 수도 있단 걸 슬몃 알게 해준”이라며 세대 간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고 전했다. “희노애락과 함께 피고, 자라고, 영글고, 저문 그런 하고많은 삶에 대하여 전하는 위로와 헌사”, “아이유의 두 세대 이야기가 참 재밌다. 이야기, 대사, 미술, 조연배우들 연기가 한국 탑급”이라는 감상도 있었다.

임상춘 작가, “나는 통역사이고 싶다”

임상춘 작가의 유일한 인터뷰(《한겨레》, 2017년)에는 그의 창작 태도가 잘 드러난다. 그는 “누구나 느끼는 감정들을 담으려고 해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주변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대사로 써야지’라는 생각으로 관찰하려고 하지 않고, 최대한 그 마음이 되려고 노력해요. 어렸을 때부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했어요. 내 이야기처럼 분노하고 그랬죠”라고 밝혔다. 이어 “드라마를 쓰면서 남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는 게 철칙”이라며, “저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드라마로 만들어 제공하는 전달자나 통역사이고 싶다. 작가로서 나는 지우고 싶다. 다음에는 다른 이름으로 써볼까도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창작 철학은 《폭싹 속았수다》 속 대사들이 직접적인 교훈이나 비판 없이, 인물의 감정을 그대로 시적으로 드러내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정덕현·이동진, “문학적 깊이”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시사저널》 기고에서 “《폭싹 속았수다》는 임상춘 작가의 세계가 훨씬 깊어졌다는 걸 실감하게 한다”고 평했다. 그는 “제주 해녀의 삶에 거친 제주 방언의 특색을 더해 토속적이면서도 신산함을 드러내는 대목은 문학적인 느낌마저 준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그러게 복어를 왜 건드려? 독으로 버티고 사는 걸”, “명치에 든 가시 같은 년” 같은 대사는 인물의 삶과 감정을 압축적으로 담아낸다.

또한 극 중 애순이 쓴 시 〈개점복〉과 〈추풍〉은 드라마의 문학적 성격을 한층 강화한다. “춘풍에 울던 바람, 여적 소리내 우는 걸, 가만히 가심 눌러, 점잖아라 달래봐도, 변하느니 달이요. 마음이야 늙겠는가.”라는 구절은 인생의 가을을 맞은 애순이 여전히 봄날의 꿈을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평론가 이동진 역시 “배우 엄혜란의 ‘어떻게 이런 게 나한테 걸려’라는 대사에 슬픔과 동시에 감동을 받았다”며, “시간이 흘러도 ‘너무 좋아’라며 가슴을 쓰다듬는 애순의 모습이 떠오를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남들이 보기에 외적인 성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가 인생 찬가처럼 느껴지고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든 시리즈라고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대사가 시가 된 드라마”“아빠의 겨울에 나는 녹음이 되었다. 그들의 푸름을 다 먹고 내가 나무가 되었다”, “어떻게 요런 게 나한테 걸려” 같은 대사는 단순한 극적 장치가 아니라, 시적 문장으로서 시청자들의 가슴에 깊게 각인됐다. 방언과 시적 표현, 그리고 일상의 언어가 만나 만들어낸 울림은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로 나아가고 있다.

  • 기사 검토 및 탈고: 조현채
  • 자료 조사 및 팩트체커: 홍준오, 최지안
  • 기사 작성: 김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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