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7일
오피니언칼럼고용노동부 주최 미래내일 일경험 인턴의 현실은...

고용노동부 주최 미래내일 일경험 인턴의 현실은…

본 이미지는 AI를 활용해 생성되었습니다. | 출처: DALL·E, ChatGPT-4o

‘인턴을 위한 인턴 경력이 필요하다.’

 취업 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경험을 공유하며 취업 고민을 나누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어학 관련 실적은 기본이고 인턴 경력도 여러 번 있는데도 취업이 안된다며 무엇이 부족한지 물어본다. 이렇게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위해 고용노동부가 주최하는 사업이 “미래 내일 일 경험”사업이다.

 “미래 내일 일 경험” 사업 참여 경험을 배경으로, 일 경험 인턴으로서 근무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기업마다 일 경험 편차가 심하다.

중소기업에서 뽑은 인턴은 비교적 많은 일에 주체가 될 수 있지만, 대기업의 경우 단순 반복 업무로 끝날 수 있다. 대기업은 일이 분업화되어 있어서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다.

롯데아울렛에서 4개월 간 근무했을 당시 반복적인 업무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업무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없었고 기업에서 쓴 계획서도 광범위하게 작성되어있어서 참여하기 전까지 알 수 없었다.

사수의 무관심한 태도

사수의 태도도 기업별로 천차만별이다. 필자의 경우 사수와 한마디도 안 하는 날도 많았고 사수의 휴가 일정도 알 수 없었다. 첫날 업무에 대한 서류만 받고 이후로는 방치됐다. 아웃렛의 경우 매장직원과 소통이 꼭 필요한데 인턴이 없는 채팅방에 사수가 매장직원들에게 일정을 공유하면 제대로 읽지 않아 늘 차질이 생겼다. 처음엔 인턴이 직접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었기에 매장직원과 안면을 트고 연락처를 받을 때까지 적응이 오래 걸렸다.

불명확한 위치

매장 정직원이나 사수는 ‘일 경험 인턴’을 ‘인턴’ 혹은 ‘수련생’으로 대우하지 않았다.현장에서의 역할과 위치가 애매하다 보니 그에 따른 기본적인 존중도 받지 못한 것이다. 일부 직원과 사수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부적절한 언행을 하기도 했다. 농담처럼 포장된 말들이었지만 불쾌감을 느꼈고 쉽게 대응하지도 못했다. 심지어 어떤 직원은 ‘일 경험 인턴’의 업무를 ‘아르바이트’ 수준으로 여기며 가볍게 취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턴의 지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는 업무상의 책임은 요구받지만, 권리나 보호는 보장받기 어렵다. 직무 체험이라는 명목 아래 투입되었지만 정작 실질적인 교육이나 피드백은 없었다. 정식 직원도 학생도 아닌 어중간한 존재로 취급받는 경우가 잦았고 동료 역시도 “무기력함을 많이 느낀다”라고 토로했다.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미래 내일 일 경험’ 사업은 청년들에게 실무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되었지만, 현장에서는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은 인턴을 단순한 인력 보충 수단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정작 인턴의 교육이나 역량 개발은 뒷전으로 밀리곤 한다. 기업과 멘토도 수당을 받는데 수당이 적어지니 빠지지 말라는 요구까지 들었다. 인턴의 존재가 ‘학습자’라기보다는 ‘수당을 받기 때문에 반드시 출근해야 하는 사람’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형식적인 계획서 제출로 참여할 수 있다 보니, 인턴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지에 대한 고민 없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도 있다.

물론 일 경험을 관리하는 협회 차원에서 관리를 시도하며 현장 모니터링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기도 한다. 실제로 중간 점검 차원에서 모니터링 담당자가 방문하여 사수와 면담하고 인턴의 의견을 듣는 절차도 있었다.사수에게 전달된 피드백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고 현장의 태도나 구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결국, 관리 체계는 존재하지만, 기업 내부에서 이를 수용하고 실행할 의지가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편 기업 입장에서는 인턴에게 위험 부담이 적은 업무를 우선 배정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업무가 분업화되어 있어 사수가 실질적으로 맡길 수 있는 과업 자체가 제한적인 구조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히 기업의 의지 부족만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문제가 발생한 경우, 단순히 피드백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사수의 권한을 제한하거나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장에서 인턴을 버려두거나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사수에게 계속해서 교육 책임을 맡기는 것은 수련생에게 심리적 피해를 주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한, 상황이 심각할 경우 인턴이 남은 기간을 다른 기업에서 이어서 진행하거나 조기 수료 후 수료증을 발급받고 종료할 수 있는 유연한 선택지도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과 사수를 선정하는 단계에서 훨씬 더 신중하고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단순히 일자리 수만 채우는 방식이 아니라 인턴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환경과 교육 의지를 갖춘 기업만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 사업이 진정으로 청년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참여 기업의 자격을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은 것

비록 처음엔 기대와 다른 환경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 안에서도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 매장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단순 반복 업무 속에서도 정확성과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익혔다. 사수의 부재 상황에서 스스로 업무 흐름을 파악하고 대응하면서 문제 해결 능력과 책임감을 기를 수 있었다. 오히려 이상적인 환경이 아니었기에 누가 챙겨주지 않아도 스스로 살아남는 힘을 키울 수 있었고 이것이 가장 큰 배움이었다.

마무리하며‘미래 내일 일 경험’은 분명 청년들에게 실무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유의미한 제도다. 하지만 형식적인 운영이 반복된다면 그 기회는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 인턴을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닌 능동적인 참여자로 인정하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청년들 역시 주어진 일 안에서라도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제도가 단순한 시간 채우기가 아닌 진짜 ‘내일’을 준비하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