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5월 28일 작성되었습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여러 차례의 기자회견과 성명을 통해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이 충분한 반성을 하지 않는다면 협력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대선 완주라는 목표를 천명했다. 그에게 현재 하나의 목표인 대통령 당선이라는 거대한 희망 앞에서 남은 숙제는 무엇인가?
-보수층의 마음을 되찾아라
이 후보는 국민의 힘 당대표로 활동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편에서 당선을 도왔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이던 시절 비상대책위원으로 지명된 ‘박근혜 키즈’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그는 국민의 힘과의 완전한 단절을 원하는 것처럼 비춰진다. 이는 이번 대선이 아닌, 다음 대선에 도전하더라도 이준석의 발목을 잡는 풀뿌리로 작용할 것이다. 강성 보수 지지층은 박근혜와 윤석열의 덕을 본 이준석이 국민의 힘과의 절연을 선언하는 것을 배신으로 여긴다. 이는 뛰어난 실무능력을 가졌음에도 박근혜 탄핵 정국 때 ‘배신자’가 되어 이제는 보수 정치인으로서 재기하지 못하는 유승민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 후보는 뛰어난 중도 확장성과 토론에서의 활약을 통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또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참배하며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려는 태도를 보이며 진영에 치우치지 않은, 이치에 맞는 정치를 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보수층에서의 지지세는 매우 약하다. 반대로 본다면 보수에서의 지지층만 가져올 수 있다면 승산이 생긴다는 뜻과 같다. 이제는 그를 묶어 내는 포승줄을 직접 끊는 ‘자승자박’의 정신이 필요하다. 중요한 건 보수와 중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잘 해내는 것이다. 자칫 텃밭에서의 지지를 위해 강성적인 발언을 했다간 중도층이 떠나갈 것이며, 중도 확장에만 힘쓰기 위해 국민의 힘을 외면하는 발언만 일삼는다면, 강성 보수 중 그 누구도 그에게 표를 주지 않을 것이다.
-냉정하고 정당한 비판이 아닌 따뜻한 설득이 필요한 때
이준석의 정책은 고령화 사회에서 수없이 많은 노인을 견인해야 하는 청년에게 위로를 주는 것들로 가득하다. 국민연금을 신연금, 구연금으로 나누는 것과, 필요하다면 노인층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없애는 정책 등이 그렇다. 이에 대한 근거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기에 많은 청년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노인들은 다르다. 일부 노인층에게는 무임승차가 아닌 교통이용권으로 바뀌는 사소한 불편이 지지하는 후보를 바꿀 만큼의 큰 변화로 다가온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논리적이라는 그의 장점이 그들에게는 무임승차를 뺏은, 그 와중에 말은 많은 ‘싸가지없는’ 정치인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일국의 대통령이 될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 오명이다.
그는 이미 많은 사람을 납득시켰다. 어쩌면 이성적으로는 대부분의 국민이 그가 옳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준석에게 자신의 정책으로 소외되는 이들에 대한 온정과 따뜻한 설득은 찾아볼 수 없다. 대한민국의 투표에 청년이 차지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 표가 나오지 않는, 주 투표층인 중장년층이 외면할지라도 꿋꿋이 자신만의 정책을 관철하는 그의 모습은 변해선 안 된다. 그러나 나라의 어른들께 ‘나라는 저와 젊은이들이 어떻게든 살려볼 테니 조금 불편하더라도 함께해주세요’와 같은 공손한 인사가 우선되어야 한다. 지금은 뒷방 취급을 받는 이 나라의 노인층은 농활지가 전부였던 이 나라에 도로를 깔고, 건물을 올린 역군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이준석 후보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숙제를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여소야대 국면의 대통령이 된다면 협치와 건강한 토론이 아닌, 정쟁에 갇힌 대한민국을 반복하는 셈이다. 이 후보의 슬로건인 좌도, 우도 아닌 앞으로 향하는 나라를 꿈꾼다면 모든 국민을 한데 모을 관용과 화합이라는 소양이 우선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