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 최고의 무대, MSI란 무엇인가
MSI(Mid-Season Invitational)는 라이엇 게임즈가 주최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의 대표적인 국제 대회다. 매년 각 지역의 스플릿 우승팀과 준우승팀이 모여 세계 최강팀을 가리는 자리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과 함께 LoL e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국제 대회로 꼽힌다. 2025년 대회는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7월 12일까지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고 있으며, 총 10개의 팀이 참가해 200만 달러라는 역대 최대 상금을 두고 격돌하고 있다.
– 2025 MSI의 변화, Fearless Draft의 도입
2025년 MSI는 ‘Fearless Draft’라는 새로운 룰이 도입되었다. 5전 3선승제 시리즈에서 한 번 사용된 챔피언은 이후 세트에서 양 팀 모두 사용할 수 없다. 세트가 거듭될수록 차단되는 챔피언 수가 누적되고, 5세트까지 경기가 이어질 경우 최대 50개의 챔피언이 금지된다. 이로 인해 각 팀은 폭넓은 챔피언 풀과 창의적인 전략, 즉각적인 적응력이 필수로 요구되며, 기존의 주력 챔피언 반복 활용이 불가능해짐으로써 다양한 ‘포켓픽’(특별히 자신 있는 챔피언을 선택하는 방식)과 즉흥적인 ‘카운터픽’(상대가 먼저 선택한 챔피언이나 조합에 대응할 수 있는 챔피언을 선택하는 방식)이 경기의 흐름을 좌우하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또한, 경기 방식 외에도 역대 최대 상금과 함께 플레이오프 동시 시청자 수가 117만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 면에서도 기록을 세웠으며, 공식 스킨 ‘영혼의 꽃 흐웨이’ 출시, 다양한 현장 및 굿즈와 온라인 이벤트, 역대 최대 규모의 코스트리밍(e스포츠 대회 공식 중계 화면에 스트리머나 해설자가 리액션 및 해설을 덧붙여 실시간 중계하는 방식)을 통한 글로벌 팬덤 확대 등 부가 이슈도 풍성하다.
– 젠지, 무패 신화와 전략적 진화
젠지는 2025 LCK 정규 시즌 1~2라운드에서 18전 전승을 기록하며 현존 최강팀으로 불렸다. MSI 대표 선발전에서도 한화생명 e스포츠를 상대로 0-2까지 뒤처 지다, 이어 3연승으로 역전하며 집중력과 뒷심을 동시에 증명해냈다. MSI 브래킷 스테이지에서는 G2 Esports와 AL(Anyone‘s Legend)을 차례로 꺾으며 매치 21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특히 G2와의 경기에서는 1세트 패배 후 빠르게 되찾은 흐름과 원딜 포지션 ’룰러‘ 박재혁의 대활약으로 3연승을 거뒀다. AL과의 경기에서는 탑 포지션 ’기인‘ 김기인이 16종의 챔피언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팀의 전략적 유연성을 극대화했고, 정글 포지션 ’캐니언‘ 김건부는 다양한 챔피언을 사용하면서도 80%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다.
젠지는 각 포지션별(탑, 정글, 미드, 원딜, 서포터) 넓은 챔피언 폭을 바탕으로 금지 챔피언이 누적되는 후반 세트에서도 안정적인 조합을 구축해 내며 Fearless Draft 환경에 완벽히 적응했다. 미드 포지션 ‘쵸비’ 정지훈은 라인전(각 포지션끼리의 1:1 라인 싸움)과 한타(5:5 싸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원딜 포지션 룰러와 신예 서포터 포지션 ‘듀로’ 주민규의 바텀 듀오는 대회 내내 안정적인 라인전과 한타 기여도를 보여주었다.
– T1, 위기 속 피어난 집중력과 반전의 드라마
T1은 LCK 2번 시드로 MSI에 진출했다. 미드 포지션 ‘페이커’ 이상혁을 중심으로 한 T1은 과거 국제대회에서 수차례 우승을 차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MSI 브래킷 스테이지 1라운드 CFO(CTBC Flying Osyter)와의 경기에서는 상대의 초반 공격과 변칙적인 챔피언 선택에 고전하여 2-1로 몰리며 탈락 위기에 처했으나, 4~5세트에서 후반 플레이와 한타 집중력에서 우위를 보이며 역전승을 거뒀다. 해당 경기에선 특히 탑 포지션 ‘도란’ 최현준의 활약이 경기의 흐름을 뒤바꾸었다. 4세트에서 도란은 ‘럼블’이라는 챔피언을 선택해 상대방을 강하게 압박했다. 상대의 무리한 견제와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고 한타마다 챔피언 기술들을 적에게 정확히 적중시키며 CFO의 진영을 무너뜨렸다. 이러한 도란의 적극적인 플레이가 각성의 역할을 하면서 T1이 주도권을 되찾았고, 이어 도란과 정글 포지션 ‘오너’ 문현준의 기술 연계, 바텀 듀오(구마유시-케리아)의 안정적인 운영이 더해지며 T1은 2-2 동점을 만들었다.
운명의 5세트에서 T1은 초반부터 라인전과 오브젝트 싸움(‘드래곤’, ‘바론’ 등 주요 몬스터를 획득하는 싸움)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도란은 ‘제이스’라는 챔피언을 선택해 상대를 강하게 공격했고, 페이커는 ‘오리아나’라는 챔피언으로 팀 싸움의 중심을 잡는 노련함을 보여줬다. 모든 라인에서 우위를 점한 T1은 20분 만에 상대와 1만 골드 차이를 벌렸고, 25분 만에 경기를 마무리했다. 최종 킬 스코어는 20-3으로, 완벽에 가까운 승리였다.
4세트와 5세트 모두에서 도란은 단체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전투 진입 타이밍을 완벽하게 잡아냈다. 상대의 공격을 끊어내거나, 챔피언의 궁극기와 완벽한 스킬 사용으로 CFO의 진영을 붕괴시켰으며, 주요 오브젝트 싸움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과 다양한 챔피언 운용 및 단체 싸움 설계는 T1의 반전 드라마를 이끈 결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이어 BLG(Bilibili Gaming)와의 경기에서는 3-0 완승을 거두며 1라운드의 부진을 완전히 만회했다. 도란은 세트 내내 안정적인 라인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페이커는 한타 계획에서 노련함을 과시했다. T1은 시리즈 초반 상대의 독특한 전략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에 대응한 페이커의 변칙적 챔피언 활용과 전투 설계, 원딜 포지션 ‘구마유시’ 이민형의 완벽한 후반 게임 운영력과 서포터 포지션 ‘케리아’ 류민석의 든든한 도움으로 팀의 전략적 유연성을 높였다.
– 남은 일정과 결승을 향한 기대
젠지는 무패 행진과 함께, 각 라인별로 넓은 챔피언 선택과 조직력을 강점으로 한다. 특히 미드 포지션 쵸비와 원딜 포지션 룰러의 활약이 계속된다면 2연패라는 대기록도 충분히 노려볼만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T1은 위기 속 반전의 드라마를 써 내려가고 있다. 페이커의 노련한 경기 운영과 도란의 멀티 챔피언 소화력, 그리고 구마유시와 케리아의 후반 캐리력과 유연한 조합이 유지된다면 세 번째 MSI 우승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전망이 이어지며 팬들의 기대와 긴장을 함께 일으키고 있다.
한편, 7월 10일 오전 9시(한국 시간), T1과 젠지가 승자조 결승에서 맞붙는다. 승자는 결승에서 직행하고 패자는 패자조 결승 진출권을 놓고 한 번 더 도전한다. 두 팀 모두 Fearless Draft 환경에 서서히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전략적 수 싸움과 챔피언 선택, 주요 선수들의 컨디션이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MSI 우승팀에는 2025 롤드컵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지며 LCK의 추가 시드 배정 여부도 이번 MSI 성적에 따라 결정된다.
남은 대회에서도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줄 양 팀 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