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1일
문화문화일반‘Am I The Drama?’ 카디비, 논란조차 마케팅으로 승화시키다

‘Am I The Drama?’ 카디비, 논란조차 마케팅으로 승화시키다

폭행 소송에서 무죄 판결까지

미국의 인기 래퍼 카디비(Cardi B)가 2018년, 경호원 폭행 혐의로, 2,400만 달러(약 333억 원)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렸던 사건이 원고 패th 판결로 마무리됐다. 임신 중이던 카디비는 산부인과 진료실 앞에서 경호원 에마니 엘리스와 시비가 붙었다. 엘리스는 카디비가 7.5cm 길이의 손톱으로 자신의 뺨을 긁고 침을 뱉었으며, 인종차별적인 욕설까지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2020년, 그는 2,400만 달러(약 333억 원) 규모의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카디비는 엘리스에게 욕설을 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폭행 사실은 강하게 부인했다. 오히려 엘리스가 몰래
촬영을 하며 자신의 사생활을 침해한 것이 갈등의 근본 원인이라고 맞섰다. 진술은 첨예하게 엇갈렸지만, 배심원단은 단 한 시간 만에 만장일치로 무죄 선고를 내렸다.


“카디비”스럽게 법정을 무대로 만들다

대다수 유명인은 법적 위기에 직면했을 때 최대한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카디비는 달랐다. 그는 법정에 출석할 때마다 화려한 가발과 개성 강한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마치 런웨이나 뮤직비디오 현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법정룩’을 보여줬다. 또한 증언 과정에서도 카디비는 여느 피고인과는 달리 솔직하고 직설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상대방에게 뚱뚱하다(fat)라고 욕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니다. 나는 나쁜 년이라고 했을 뿐이다”라고 말하며, 그의 말은, 순식간에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SNS에서 화제가 되었다. 이처럼 카디비는 위기 속에서도 ‘캐릭터를 소진하지 않고 오히려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카디비가 증명한 위기의 상품화

판결 이후 카디비는 곧바로 이 사건을 마케팅 자원으로 흡수했다. 새 앨범 제목을 ‘Am I The Drama?’로 정하고, 표지와 한정판 음반에 법정 사진과 승소 인증 장면을 적극 활용했다. 앨범에는 “변호사비 마련을 위한 판매”라는 문구가 들어갔고, 뉴욕 거리와 지하철에서 직접 CD와 LP를 파는 현장 영상이 SNS와 유튜브를 통해 수백만 회 이상 공유되며 화제를 모았다. 팬들은 그의 유머러스한 태도와 즉흥적 소통 방식에 열광했고,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논란조차 소비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번 사례의 핵심은 카디비가 위기를 단순히 방어하지 않고, 자신의 내러티브로 흡수해 시장성 있는 자산으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법정 패션, SNS 멘트, 셀프 패러디, 현장 프로모션이 모두 연결되며 “법정=엔터테인먼트”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구축했다. 이는 위기관리와 브랜딩, 상품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신세대 셀러브리티 전략의 전형이다. 카디비의 전략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논란과 이슈가 더 이상 단순한 위험이 아니라, 대중적 화제성과 상품 가치로 전환될 수 있는 자원이 된다는 것이다. 카디비의 사례는 위기관리,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동시에 작동하며, 모든 사건이 곧바로 콘텐츠가 되는 시대임을 보여준다. 디지털 네이티브 시대, 팬덤 중심의 바이럴 마케팅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 상황에서 카디비는 ‘위기를 곧바로 브랜드 스토리로 바꿔내는’ 상징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법정 무대화’ 과연 괜찮은가?

카디비의 ‘위기의 상품화’ 전략은 단기적으로 대중적 관심과 상업적 성과를 끌어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반드시 긍정적 성과로만 평가될 수는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공적 절차와 제도의 권위를 엔터테인먼트화했다는 점이다. 법정은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장이지만, 카디비는 이를 자신의 브랜드 내러티브에 편입시켜 “법정=쇼”라는 이미지를 강화했다. 법정이라는 공론장의 질을 떨어뜨린 것이다. 이는 사회적 논의를 가볍게 만들고, 민주사회가 필요로 하는 숙의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카디비의 사례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창의적 전략이면서 동시에 제도의 신뢰, 사회적 책임, 공적 담론의 가치를 훼손한 위험한 선례로 남는다. 이는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제도가 지녀야 할 공정성을 희화화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해당 사건에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사건의 당사자가 고통을 겪는 동안 이를 ‘유머러스한 콘텐츠’로 포장해 판매하는 방식은 피해자 존중과는 거리가 멀다. 팬덤의 열광이 그 불편함을 덮을 수는 없다. 오히려 반복 소비를 통해 피해자의 경험을 2차적으로 소환하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카디비 사례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 창의적 마케팅이자 동시에 공적 책임을 희석시키는 위험한 전례다. 논란을 소비재로 전환하는 전략은 개인의 단기적 성공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법 제도에 대한 신뢰와 피해자 존중, 사회적 책임 의식을 약화시키는 부정적 파급을 남길 수 있다.

  • 원고 작성 : 한지은
  • 데이터 조사 : 한지은, 조현채, 정여진
  • 팩트체커 : 한지은, 조현채, 정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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