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시작된 새로운 한류
최근 한국의 평범한 일상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제 한류(K-Culture)는 더 이상 K-POP, 드라마, 영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평범해 보였던 한국의 편의점 문화, 그 한가운데서 특히 음식 ‘꿀조합’이란 키워드가 새로운 소셜 미디어 트렌드로 폭발하며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빠르고 편리한 간이식당을 넘어 현지 생활문화의 대표 콘텐츠로 자리 잡은 편의점에서의 ‘꿀조합’ 소비 방식은 왜 세계적으로 이목을 사로잡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한류 다양화에 어떠한 변화를 예고하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한류’에서 ‘K-라이프스타일’로, 달라진 세계의 관심
한류의 영향력 확대는 더 이상 음악과 미디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으면서 고급 한식당이나 명품 쇼핑보다 한국인의 일상생활 곳곳, 특히 ‘편의점’에서의 소소한 소비를 새로운 여행코스로 삼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에 따르면, 2025년 1~7월 사이 외국인 관광객의 올리브영(41%), 편의점(29%), 다이소(18%) 등 주요 일상형 매장 이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편의점의 경우, GS25·이마트24·CU의 외국인 결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68%나 증가하는 등 일상 문화 체험의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여기에는 미디어의 영향이 컸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니메이션, 블랙핑크 ‘뛰어(JUMP)’의 한국 배경 뮤직비디오처럼 K-콘텐츠가 세계적 인기를 끌며 자연스럽게 한식이나 소비 트렌드까지 전 세계로 확산된 것이다.
해외에서도 인기 폭발, ‘한국 편의점 꿀조합’ 열풍
한국 편의점 음식이 인기인 또 다른 이유는 ‘꿀조합’ 문화다. 한국인들은 오래전부터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와 음료, 라면, 간식을 조합해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어왔다. 이 꿀조합은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숏츠 등 숏폼 영상 플랫폼에서 급속히 퍼져,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해외 거주 한국인, 현지 젊은 세대의 따라하기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 꿀조합 사례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 얼음컵 + 바나나우유 + 커피
바나나맛 우유와 아이스커피를 얼음컵에 섞어 마시는 ‘뚱바라떼’ 또는 ‘바나나샷 아메리카 노’는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맛볼 수 있는 음료로 SNS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 불닭볶음면 + 치즈 + 반숙란
매운 불닭볶음면에 슬라이스 치즈와 반숙 계란을 올린 조합도 대표적이다. 이 조합은 국 내외 틱톡 챌린지로도 등장했으며 해외 편의점 신메뉴 개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 고추장버터
고추장 특유의 매콤함을 버터, 마늘, 파마산 치즈 등과 섞어 파스타 소스나 스프레드로 활 용하는 ‘스와이시(sweety+spicy)’조합. 뉴욕타임스에서 ‘히트 레시피 50선’에 오른 바 있으 며, 고추장을 디저트에 응용해 ‘고추장 초콜릿 무스’ 등 셰프들의 창작 메뉴도 등장했다.
- 꿀떡 시리얼
떡을 우유와 꿀 등과 함께 시리얼처럼 먹는 디저트 레시피 역시 익숙함과 새로움을 함께 느끼게 하면서 SNS에서 영상 콘텐츠로 제작되면서 인기를 모았다.
국내외 소비자들은 이처럼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각자의 입맛에 맞게 음식 조합을 즐기는 과정 자체를 영상으로 찍어 공유하며 자신만의 편의점 꿀조합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실제로 예능 ‘신상출시편스토랑’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이 팩 커피와 바나나우유 조합, 허니버터칩과 불닭볶음면 조합 등을 직접 체험하며 “한국 와서 먹어본 것 중에 제일 맛있다”고 극찬하는 장면이 소개된 바 있다.
한국 편의점의 변화와 해외 진출
이러한 트렌드는 한국 편의점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2025년 1분기 국대 편의점 점포 수는 2013년 통계 시작 이래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코로나 시기에도 늘던 점포 수가 처음으로 줄고 있으며, 내수 부진이 뚜렷해 지자 편의점 업계는 해외 진출과 현지화 전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편의점들은 K-POP 아티스트와 협업해 화보, 랜덤 포토카드 증정 이벤트 등 ‘팬덤 마케팅’을 강화하며 국내외 관광객을 겨냥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 역시 숏폼 영상 콘텐츠 사용자, 외국인 팬덤, Z세대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외국인 친화적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GS25는 글로벌 게임북 기업과 협업해 ‘K-편의점 가이드북’을 배포하고, CU는 AI 통역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관광객들에게 더 쉽고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와 콘텐츠화 중심 소비
꿀조합 트렌드가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SNS 숏폼 영상 콘텐츠의 힘이었다. 간단하면서도 시각적으로 재미있는 조합 레시피는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숏츠에서 빠르게 퍼져 나갔으며, 식문화의 글로벌화 경향까지 만들어냈다. 한국에서 라면, 삼각김밥, 바나나우유를 꼭 먹어봐야 한다는 새로운 ‘머스트템(필수 아이템)’ 리스트가 생겨나고 있다. 이를 겨냥한 틱톡 챌린지, 가격 인증 영상, 꿀조합 리뷰 등도 잇따라 등장해 글로벌 소비자와의 상호소통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 유행이 머물지 않고, 한국인들의 실험적이고 개성 있는 맛 조합이 세계 젊은 층의 창의적 식문화 실험으로 확산되고, 외국에서 재해석된 레시피가 다시 한국으로 역수입되는 현상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K-편의점 음식의 내일, 그리고 세계 속 한류 다양화
전국의 편의점들은 일상식 그 이상이다. 익숙한 재료를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하고 이를 재미있게 영상 콘텐츠로 공유하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세계적 열풍으로 자리 잡았다. K-POP, 한국 드라마에 이어 이제는 ‘편의점 꿀조합’이란 일상 속 음식 문화까지 글로벌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편의점 업계 역시 내수 침체와 매장 수 감소에 대응해 해외 진출, K-콘텐츠와 협업, 팬덤 마케팅, 외국인 친화 서비스 개발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소비와 체험, 영상 콘텐츠 중심의 문화적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K-편의점 음식’의 위상과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각국 젊은 세대의 일상까지 파고든 한국식 문화의 미래가 주목된다.
- 기사 작성 및 수정: 조현채
- 자료 조사: 최지안, 홍준오
- 팩트체커: 최지안, 홍준오
기사 참고출처: 유튜브 채널 <14F 일사에프>, <홈꾸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