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의 잔재와 성평등 의식의 확산,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서의 익명성은 한국 사회의 젠더 갈등을 증폭시키는 주요 배경이 되어왔다. 노동시장과 정치, 문화 전반에서 성별 간 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미디어와 SNS는 이를 갈등 구도로 부각하며 논쟁을 확대시켰다.
통계청 「한국의 사회동향 2024」에 따르면 20~30대 청년층의 40% 이상이 젠더 갈등을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한국리서치의 ‘여론 속의 여론’ 「2025 젠더 인식 조사」에서는 57%가 우리 사회의 젠더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비록 전년 대비 7%포인트 하락(2024년 64%→2025년 57%)했지만, 여전히 과반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렇듯 젠더 갈등은 현대 사회의 구조와 문화가 얽힌 복합적인 문제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특히 청년 세대가 이에 대한 깊은 관심과 성찰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젠더 갈등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불평등한 젠더 권력과 자원의 배분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대립, 기존 성역할 규범과 가치관을 둘러싼 갈등과 충돌, 그리고 불평등한 현실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 갈등은 개인 간, 가족 내, 사회 집단 간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나타나며, 법·제도 개선과 정책 시행을 둘러싼 의견 대립, 온라인 혐오 발화, 성적·신체적 폭력, 디지털 성범죄, 집단 시위 등 폭넓고 복합적인 양상으로 확장된다. 젠더 관계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민감한 영역으로, 친밀한 사적 공간의 일상적 갈등부터 젠더 질서와 규범 변화에 따른 사회적 충돌까지 다양한 층위를 아우른다.
최근 젠더 갈등의 양상에는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 남녀 간 불평등 자체가 갈등의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남녀가 이미 동등하다’라는 인식과 ‘남성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라는 주장에 기반한 반발(backlash)이 두드러진다. 생존 경쟁이 심화되고 고용과 삶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주변적 위치에 놓인 일부 남성들은 직접적인 피해 경험이 없더라도 보수적 성 가치에 기대어 분노와 혐오를 여성에게 투사하며, 여성혐오 및 디지털 성범죄를 비롯한 갈등을 증폭시키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젠더 갈등은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미디어는 단순 정보 전달자를 넘어 갈등의 거울이자 증폭기 역할을 하고 있다. 뉴스, 유튜브, SNS 등에서 특정 사건이 보도되고 확산되는 과정에서 자극적인 제목, 편향된 프레이밍, 그리고 알고리즘 추천 기능이 더해지며, 갈등은 빠르게 ‘젠더 대결 구도’로 재구성된다.
하지만 미디어가 갈등을 키우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균형 잡힌 보도, 다양한 시각의 반영, 그리고 건강한 소통 구조 설계는 갈등 완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또한 이용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 역시 젠더 갈등 해소에 중요한 과제이다.
본 기사는 ▲젠더 갈등에 대한 미디어 콘텐츠의 양상 ▲ 젠더 갈등을 확대.재생산하며 변질시키는 미디어 ▲갈등 완화를 위한 미디어의 역할과 가능성을 순차적으로 살펴보며 ‘갈등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와 미디어의 책임,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조현채, 정여진, 한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