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4일
오피니언칼럼스크린을 달린 F1, 한국의 새로운 관심사

스크린을 달린 F1, 한국의 새로운 관심사

본 이미지는 AI를 활용해 생성되었습니다. | 출처: DALL·E, ChatGPT-4o

최근 한 편의 영화가 스크린을 가르며 질주했다. 영화 ‘F1 더 무비‘는 실제 포뮬러 원(F1) 레이싱의 전설적인 순간들을 생생하고 뜨거운 영상미로 재현하여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몰입감을 가져다 주었다. 또한, 화면을 가르며 폭발하는 레이싱 머신의 속도감, 인간과 기계의 극한 도전, 그리고 트랙 위에서 쌓이는 희비와 변수가 극적으로 맞물리며 영화 내내 깊은 감동과 짜릿함을 안긴다. 특히 이 영화는 아스팔트를 긁는 타이어 소리, 엔진의 굉음, 그리고 콘트롤을 잃을 듯한 순간마다 터지는 드라마가 관객의 오감을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모든 요소가 F1에 친숙하지 않은 관객들도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F1 더 무비’가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25년 7월 15일에 3만 2,096명의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정상 자리를 지켰으며, 누적 관객수는 무려 146만 4,710명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영화 흥행을 넘어, 국내에서도 F1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F1이란 무엇인가?

F1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정교한 모터스포츠이다. 단순한 자동차 경주가 아니라, 과학과 자본, 전략, 팀워크가 결합된 종합 예술이자 산업이기도 하다. 전 세계 모터스포츠의 정점으로 불리는 국제자동차경주연맹(FIA)이 주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경주 대회다. F1은 ‘Formula One’이라는 공식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참가 차량이 반드시 지켜야 할 기술 및 안전 규정에 따라 제작되어야 하며, 운전석이 한 개인 1인승 오픈휠 레이스카로 진행된다. 매년 3월부터 12월까지 유럽, 아시아, 미국, 중동 등 다양한 나라의 서킷을 돌며 20여 차례 그랑프리 대회가 열린다. 각 대회마다 포인트가 부여되고,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누적된 점수로 연간 드라이버와 컨스트럭터(팀) 챔피언이 결정된다. F1 자동차는 배기량 1,600cc V6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과 최첨단 전기 모터가 결합된 파워유닛으로 최고 시속 350km를 넘나든다. 차체는 공기역학적 설계로 도로에 붙어 달리며, 일정 구간에서는 제동 장치와 에너지 회수 시스템, 전자식 변속기, 드래그 감소 장치 등 엄청난 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다. 각 팀은 수백 명에서 수천 명까지 전문 엔지니어와 전략가, 드라이버 등으로 구성되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를 개발한다. 드라이버는 방염 옷과 헬멧, 첨단 안전장비를 착용한 채 1~2시간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레이스에 임한다. F1 경기 방식은 예선과 본선으로 나뉘며, 예선에서 기록한 순서대로 본선 레이스의 출발 위치, 즉 그리드 포지션이 결정된다. 본선 경주는 약 300~305km를 달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경기 중에는 전략적인 타이어 교체가 필수이다. 차량은 주어진 규정을 충족해야 하며, 한 경기 동안 반드시 두 종류의 타이어를 모두 사용해야 한다. 추월과 방어, 트랙 한계 준수 등 레이스 상황에 따라 다양한 규칙과 깃발 신호가 적용돼 안전과 공정성을 확보한다. F1은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며, 매 경주마다 TV로만 약 6억 명이 넘는 시청자와 수백만 명의 현장 관중을 불러모은다. 기술과 인간, 그리고 열정이 만들어내는 짜릿한 드라마를 선사한다.

F1 영화의 흥행, 무엇이 사람을 사로잡았나

최근 국내외 박스오피스에서 강렬한 흥행을 기록 중인 ‘F1 더 무비’. 이 작품의 성공에는 단순한 레이싱을 넘어서는 복합적인 흡인력이 존재한다. 단순한 스포츠 승부를 넘어, 인간 대 인간, 팀 대 팀의 경쟁, 그리고 위험과 고통을 감수하며 트랙에서의 모든 것을 건 드라이버들의 이야기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압도적인 영화관 화면과 실제 생생한 엔진 사운드, 서킷의 소음은 현실을 압도하는 시청각 체험을 제공한다. 이로써 관객들은 마치 자신들이 콕핏에 앉아 있는 기분을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실제 F1 대회 서킷에서 촬영된 영상, 배우들이 직접 운전하는 액션, 음악 감독 한스 짐머 이 세박자가 잘 어우러졌다. 또한, 단순한 레이스 승부가 아닌, 실패와 도전, 우정이라는 이야기의 중심축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냉정한 경쟁의 이야기 속 인간적 매력을 삽입한 것이다. CG보다는 리얼리티적인 경기 현장을 스토리텔링하여 현장의 열기를 고스란히 전했다. 배우 브래드 피트에 대한 언급을 안 할 수 없다.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직접 레이서의 삶을 연기한 사실 자체로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훌륭한 블록버스터 제작진인 감독 조셉 코신스키와 프로듀서 제리 브룩하이머와 브래드피트의 연기가 조화롭고, 열정적으로 어우러져 대중에게 극강의 몰입을 선사했다. 결국, ‘F1 더무비’의 흥행은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현장감, 드라마, 리얼리티, 스타성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결과이다. 국내에서도 F1에 대한 인식과 관심, 극장 관람 문화의 확장을 동시에 이끌어낸 새로운 흥행으로 여겨진다.

현실 속 F1은 지금 어디로 달리는가

2025년, 현실의 F1 월드 챔피언십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역동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24개의 그랑프리, 세계 21개국을 누비는 대장정 속에서 각 팀과 드라이버들은 기술 혁신과 전략,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겨루며 매주 새로운 기록과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다. 2025 시즌은 3월 호주 멜버른에서 힘차게 포문을 열었다. 올해 F1은 24라운드의 방대한 일정으로, 중국 상하이, 일본 스즈카, 모나코, 스페인 바르셀로나, 영국 실버스톤, 벨기에 스파 등 전통의 서킷과 함께 마이애미, 라스베이거스, 카타르 등 현대적 트랙을 돌며 달리고 있다. 6개 공식 스프린트 레이스가 도입되어, 매 경기 주말마다 긴장과 변수가 한층 커졌다. 드라이버 라인업이 대폭 재편된 것도 2025 F1의 큰 특징이다. 7번의 월드 챔피언을 차지한 루이스 해밀턴이 메르세데스를 떠나 페라리로 이적해 빅팀의 구도에 변화를 가져왔다. 신예 드라이버들과 유망주들의 대거 투입으로 그 어느 때보다 세대 교체의 바람이 분다. 신예 드라이버로는 앤토넬리(메르세데스), 베어맨(하스), 하드자(RB) 등이 주목받고 있다. 올 시즌은 하이브리드 파워유닛 규정에 따른 마지막 해로 전환기의 성격도 뚜렷하다. F1은 여전히 6억 명 이상 TV 시청자와 수백만 현장 관중을 흡수하며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팬덤 확대, 전통과 첨단의 결합, 문화적 요소까지 폭넓게 진화 중이다. 2025년 현실의 F1은 기술, 전략, 드라마, 팬 문화, 비즈니스가 종합적으로 잘 어우러지는 해이다.

한국에서 F1은 어떤 이미지였나, 그리고 지금은?

오랫동안 F1은 한국에서 생소하고 익숙지 않았던 스포츠로 여겨졌다. 고가의 장비와 특유의 유럽 중심 문화, 모터스포츠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해 자동차 경주는 국내에서 소수의 팬층만 즐기는 문화였다. 대중적으로는 관심의 폭이 좁았고, 이질적인 문화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다르다. 위에서 언급한 F1 영화가 입소문을 타면서, F1이 단지 ‘자동차가 도는 경기’가 아닌, 고도로 정교한 스포츠이자 엔터테인먼트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젊은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F1 팀별 굿즈를 모으거나 실시간 경기 중계를 보는 팬층도 점차 증가 중이다. SNS에서는 루이스 해밀턴이나 맥스 페르스타 등의 특정 드라이버의 활약상이 밈과 콘텐츠로 소비되기도 한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전남 영암의 코리아 그랑프리가 개최되며 본격적으로 국내 대중에 F1이 소개 됐지만, 인프라 부족, 접근성 문제, 흥행 저조로 이어지며 중단되었다. 이후 한동안 F1 대회는 국내에서 열리지 않았지만, 2026~2027 인천 F1 스트리트 그랑프리 개최를 목표로 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며 다시 주목 받고 있다.

F1 무대에 한국 국적 드라이버가 직접 출전한 적은 없으나, 2020년 잭 에이킨이 윌리엄스 F1 팀에서 F1 데뷔를 하며 “첫 한국계 F1 드라이버”로 기록됐다. 그는 영국·한국 혼혈로, 그의 등장은 국내 F1 팬층의 자부심과 관심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 비록 국내 포뮬러 레이싱 출신 드라이버들의 F1 정규 진출은 없었으나, 관련 선수와 인재 풀이 넓어지는 것도 F1에 대한 관심 증가의 신호로 볼 수 있다.

최근 다양한 글로벌 콘텐츠들을 통해 F1은 특정 마니아 스포츠에서 점차 첨단 문화 콘텐츠로 인식이 변하고 있다. 이는 F1 경기에 대한 한국방송 정규 편성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국내 다양한 콘텐츠 채널을 통해 F1에 대한 관심도가 꾸준히 성장하는 길로 이끌고 있다. 영화 속 트랙을 달리던 F1은 이제 현실의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랜 시간 한국에서는 대중적이지 않았지만, 스크린을 통해 전달된 드라마는 그 인식에 균열을 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과연 한국은 다시 한 번 F1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변화의 엔진은 이미 가동 중이다.